팬데믹 이후 존재 인식의 변화
날선 감각으로 만나는 ‘검은 대상들'
초감각적인 블랙 그리고 블랙 속에서 '나'를 감각하기
참여작가ㅣ강은혜, 강현선, 김범중, 김윤하, 김진휘, 안경수, 허산

<검다 – 이토록 감각적인 블랙>은 2021년 블루메미술관의 포스트 팬데믹(post-pandemic) 시리즈 중 첫 전시이다. 올해 들어 코로나 관련 전시가 많아졌지만, 블루메미술관의 포스트 팬데믹 시리즈는 팬데믹이 바꾸어 놓은 비대면 생활방식이나, 팬데믹의 암울한 상황과 같은 일반적인 이야기를 비켜갔다. 독립기획자 이상윤이 기획한 첫 전시 《검다》는 코로나19에 의한 팬데믹 상황을 암전(blackout)과 암순응(dark adaptaion)에 비유한다. 기획자의 상상 속 경험을 7명의 작가- 강은혜, 강현선, 김범중, 김윤하, 김진휘, 안경수, 허산-의 작품으로 풀어냈다. 갑작스러운 정전, 암전처럼 코로나19의 확산은 한순간에 모든 것을 마비시킨 듯 보이지만, 이것이 어떤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무엇의 전환인지는 전시를 보는 각자의 해석에 달렸다. 전시는 단지 블랙 속에서 무뎌지는 감각과 극도로 예민해지는 감각을 보여줌으로써, 나와 그 무엇과의 새로운 관계맺기, 또는 존재하는 무엇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제안한다. 인간의 감각 중 정보 수집의 90%는 시각이 담당한다. 그러나 시각은 암흑 속에서 힘을 잃는다. 그렇지만 암흑 덕에 나머지 10%의 감각들이 지배감각인 시각을 대체하고 고개를 든다. 이 때문에 블랙 속에서 우리는 생각 외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많은 것을 감각해 낼 수 있다. 블랙 덕택에 미시 감각들이 지배 감각을 대체하고 활성화될 수 있다. 이렇게 곤두선 미시 감각은 이전에 느끼지 못한 것을 경험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팬데믹 이전에 자주 느끼지 못했던 낯섦, 신비, 경이, 거슬림, 리듬, 긴장, 강박 등을 느낄 수 있다. 다양하고 현란한 빛의 향연 속에서는 시각 정보를 수집하기에도 과부하였다. 그렇지만 어둠은 검은 대상들을 달리 감각할 수 있도록 매료시킨다. 마치 ‘암순응’과도 같다. 암순응 이후의 펼쳐진 세계는 암전 이전과 전혀 다르게 감각된다. 암흑 속에서 우리는 비록 색을 구별할 수는 없지만, 희미한 윤곽을 지각할 수 있다. 또 미세한 소리가 들리고, 옅은 냄새도 맡을 수 있다. 빈 공간에서 긴장을 느낄 만큼 무뎌진 촉각이 초감각화(hyper-sense) 되고, 나를 응시하는 사물들의 시선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이것은 감각하는 ‘나’를 감각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실제로 팬데믹은 격리, 비대면, 거리두기 등과 같은 낯선 단어를 제안하며 익숙한 존재 방식과의 단절을 강조했지만, 이로 인해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나를 지각하게 된다. 때문에 팬데믹의 블랙 속에서 궁극적으로 감각되는 것은 새로운 존재하기(being), 새로운 관계하기라고 할 수 있다.

전시기획ㅣ이상윤
후원ㅣ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교육 및 홍보ㅣ김소영, 허은, 신은률
진행ㅣ김은영, 류희연, 이회남
디자인ㅣ김일래
사진ㅣ박현욱

Translated text will be posterd soon.